3개월 동안 매일 만보 걸었더니 실제로 벌어진 일
작년 1월 1일에 시작했어요. 새해 결심 중에 그나마 현실적인 걸 고르다 보니 만보 걷기가 남았거든요. 헬스장 등록은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실패했으니까, 이번엔 그냥 걷자. 돈도 안 들고 시간만 있으면 되잖아. 그렇게 시작한 게 생각보다 오래 이어졌고,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체성분 검사를 다시 받았을 때 숫자들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劇적인 변화는 아니었어요. 근데 분명히 달라진 게 있었고,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도 있었습니다.
만보 걷기 후기는 인터넷에 넘쳐나는데, 대부분 살이 몇 킬로 빠졌다거나 허벅지 둘레가 줄었다는 식의 이야기예요. 그것도 맞는 얘기지만, 실제로 3개월을 해보면 몸보다 다른 곳에서 먼저 변화가 온다는 걸 알게 됩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해요.
첫 달, 생각보다 힘들었다
만보가 얼마나 되는지 감이 없었어요. 대충 한 시간 반 정도 걸으면 되겠지 싶었는데, 실제로 재보니까 평소 생활 패턴에서 자연스럽게 걷는 걸음이 3,000보에서 4,000보 정도밖에 안 됐습니다. 사무직이면 더 적을 수도 있어요. 만보를 채우려면 의도적으로 6,000보에서 7,000보를 추가로 걸어야 한다는 거였고, 그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첫 2주는 퇴근 후 동네를 걸었는데, 솔직히 지루했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걸어도 30분이 넘어가면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어요. 발도 아프고요. 운동화가 오래된 거라 발바닥이 며칠은 욱신거렸습니다. 3일째에 그만둘 뻔했어요. 이게 운동이 맞나 싶기도 했고.
그래도 버틴 이유가 있었는데, 만보 걷기를 시작하면서 걸음 수 앱을 깔아서 매일 기록을 남겼거든요. 숫자가 쌓이는 게 눈에 보이니까 끊기가 아까웠어요. 게임의 스트릭 시스템이랑 비슷한 심리인 것 같습니다. 일주일 치 기록이 생기니까 그 기록을 깨고 싶지 않았어요. 이 심리가 꽤 오래 저를 붙잡아 뒀습니다.
한 달이 지나자 달라진 것들
체중 변화가 먼저 올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한 달 동안 체중은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0.5킬로 줄었나 말았나 하는 수준이었고, 실망스럽긴 했어요. 근데 그보다 먼저 느껴진 게 수면이었어요. 잠드는 시간이 확실히 빨라졌거든요. 원래 누워서 30분에서 1시간은 뒤척이다 잠들었는데, 걷기 시작하고 2주쯤 지나니까 누우면 10분 안에 잠들었어요.
아침 컨디션도 달라졌어요. 전에는 알람을 끄고 멍하게 10분은 누워 있어야 일어날 수 있었는데, 한 달쯤 지나자 알람 한 번에 일어나지는 날이 생겼습니다. 劇적인 변화는 아닌데, 아침에 침대에서 나오는 게 덜 고통스러워졌다는 느낌이 분명히 있었어요.
기분 변화도 있었습니다. 걷는 동안 특별히 신나거나 하진 않았는데, 걷고 나서 두 시간 정도는 이유 없이 기분이 괜찮았어요. 운동 후 엔도르핀이 분비된다는 게 이런 건가 싶었습니다. 헬스장에서 땀 빼고 나올 때 느끼는 그 기분이랑 비슷한데, 강도가 낮은 버전이랄까요.
두 달째,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체중 변화가 나타난 건 두 달째였어요. 두 달 동안 약 2.3킬로가 빠졌는데, 생각보다 적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저는 식단을 특별히 바꾸지 않았거든요. 그냥 걷기만 했는데 2킬로 이상 빠진 거예요. 체성분 검사에서는 체지방이 1.8킬로 줄고 근육량은 거의 유지됐습니다. 근육을 잃지 않으면서 지방만 줄었다는 게 의미 있었어요.
허리 통증이 줄었다는 것도 두 달째에 알아챘어요. 저는 오래 앉아서 일하는 직업이라 만성적인 허리 뻐근함이 있었는데, 걷기가 코어 근육과 엉덩이 근육을 간접적으로 자극하면서 허리 지지력이 개선된 것 같았어요. 이건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였습니다.
혈압도 살짝 내려갔어요. 원래 수축기 혈압이 130대였는데 두 달째 측정했을 때 125 정도로 내려왔더라고요.劇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아무 약도 먹지 않고 걷기만 했는데 혈압이 내려갔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유산소 운동이 혈관 기능을 개선한다는 게 이런 식으로 나타나는구나 싶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3개월 내내 만보를 채우진 못했다
3개월이라고 하면 매일 만보를 꼬박꼬박 채운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니었어요. 비 오는 날, 야근하는 날, 몸이 안 좋은 날엔 5,000보도 못 채운 날이 꽤 있었습니다. 3개월 중에 만보를 채운 날이 아마 60% 정도? 나머지는 7,000보에서 9,000보 사이였어요. 그래도 효과는 나왔습니다.
이게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아요. 완벽하게 매일 만보를 채우는 것보다, 대부분의 날 걷는 습관 자체가 중요한 거더라고요. 못 채운 날에 자책하고 다음 날 포기하는 것보다, 적게 걸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계속 이어나가는 게 결과적으로 훨씬 좋은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세 달이 지나고 나서 달라진 게 또 하나 있어요. 걷는 게 귀찮지 않아졌다는 거예요. 습관이 된 거죠. 안 걸으면 오히려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단계가 됐습니다. 그 지점까지 가는 데 두 달쯤 걸렸어요. 처음에 지루하고 귀찮아도 그 지점까지 버티면, 그다음은 훨씬 수월해집니다.
만보 걷기를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한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첫 달에 체중 변화가 없어도 그만두지 마세요. 몸이 반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게 정상이에요. 수면이 먼저 좋아지고, 기분이 먼저 좋아지고, 그다음에 체중이 따라옵니다. 그 순서를 알고 기다리는 사람이 결국 3개월을 버텨요.
만보 걷기와 함께 식단도 바꿔야 효과가 있나요?
식단을 바꾸면 당연히 효과가 커지지만, 식단 변화 없이 걷기만 해도 체성분 변화는 나타납니다. 걷기를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식욕 조절 호르몬이 안정되면서 과식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어요. 처음부터 걷기와 식단을 동시에 바꾸려고 하면 부담이 커서 둘 다 포기하기 쉽습니다. 걷기 먼저 습관으로 만들고, 안정되면 식단을 조금씩 개선하는 순서가 현실적으로 더 오래 이어집니다.
비 오는 날이나 겨울에는 어떻게 만보를 채우나요?
실내에서 채울 수 있는 방법이 꽤 있어요. 트레드밀이 있으면 가장 좋지만, 없어도 집 안에서 제자리걷기를 하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으로 걸음 수를 채울 수 있습니다. 쇼핑몰이나 대형마트를 천천히 돌아다니는 것도 방법이에요. 완벽하게 채우지 못하는 날이 생겨도 괜찮습니다. 그날 할 수 있는 만큼만 걷고 다음 날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