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건강 망치는 습관 6가지, 알면서도 하고 있다

작년 이맘때쯤 위장내과를 처음 찾아갔어요. 딱히 심각한 증상은 아니었는데, 몇 달째 속이 더부룩하고 변이 불규칙하고 이유 없이 피부 트러블이 반복됐거든요. 의사 선생님이 이것저것 물어보시더니 마지막에 한마디 하셨어요. "생활 습관 얘기 좀 해볼게요." 그리고 제가 일상적으로 하던 것들 중에서 장 건강을 망치는 것들이 줄줄이 나왔습니다. 알고 있던 것도 있었고, 전혀 몰랐던 것도 있었어요.

장은 제2의 뇌라고 불릴 만큼 우리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면역세포의 약 70%가 장에 집중되어 있고,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의 90% 이상이 장에서 만들어져요. 장이 안 좋으면 소화 문제로 그치는 게 아니라 면역력, 기분, 피부, 수면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러니까 장 건강을 망치는 습관은 단순히 배탈 문제가 아닌 거예요.

습관 하나, 항생제를 너무 쉽게 먹는다

항생제가 장내 미생물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항생제는 감염을 일으킨 나쁜 균만 골라서 죽이는 게 아니에요. 장 안에 살고 있는 유익균까지 함께 파괴합니다. 건강한 사람의 장에는 약 100조 개의 미생물이 살고 있는데, 항생제 한 코스를 복용하면 이 생태계가 상당 부분 무너질 수 있어요.

2018년 셀(Cell) 저널에 실린 연구에서 항생제 복용 후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회복되는 데 최소 6개월, 일부 균종은 1년 이상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일부는 영구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어요. 감기 초기에 습관적으로 항생제를 처방받거나, 치과 치료 후 예방 목적으로 먹거나, 여드름 치료 목적으로 장기간 복용하는 패턴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물론 항생제가 필요한 상황이 분명히 있어요. 세균성 감염이 확인된 경우라면 반드시 처방대로 복용해야 합니다. 다만 바이러스성 감기에 항생제를 쓰거나, 처방받고도 증상이 나아지면 중간에 끊는 행동은 장 건강과 항생제 내성 모두에 좋지 않습니다.

습관 둘, 스트레스를 방치한다

장과 뇌는 미주신경으로 직접 연결되어 있어요. 이걸 장뇌 축(Gut-Brain Axis)이라고 하는데, 뇌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신호가 곧바로 장으로 전달됩니다. 중요한 발표나 시험 앞두고 갑자기 배가 아팠던 경험, 다들 있으시죠. 그게 바로 장뇌 축이 작동하는 거예요.

단기 스트레스는 그나마 괜찮은데, 만성 스트레스가 문제입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면 장 점막의 투과성이 증가해요. 이른바 '새는 장(Leaky Gut)' 현상인데, 장 점막 사이의 틈이 벌어지면서 소화되지 않은 음식 입자나 독소가 혈류로 흘러들어 갈 수 있습니다. 이게 전신 염증의 원인이 되고, 자가면역 질환과도 연관될 수 있다는 연구가 늘고 있어요.

명상이나 호흡 운동이 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게 뜬금없어 보일 수 있는데, 장뇌 축의 관점에서 보면 완전히 납득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스트레스 관리는 마음 건강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습관 셋, 식이섬유를 너무 적게 먹는다

장내 유익균의 주요 먹이가 식이섬유입니다. 유익균이 식이섬유를 발효시키면서 단쇄지방산(SCFA)을 만들어내는데, 이 물질이 장 점막을 보호하고 염증을 억제하며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해요. 식이섬유가 부족하면 유익균이 굶주리고,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줄어들고, 결국 장 건강 전체가 흔들립니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식이섬유 섭취량은 약 20g 수준인데, 권장량은 25~30g입니다. 정제된 탄수화물과 가공식품 위주의 식단이 이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어요. 흰쌀밥, 흰 밀가루 면, 패스트푸드 위주로 먹으면 식이섬유 섭취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거든요.

식이섬유는 채소, 과일, 콩류, 통곡물에 풍부합니다. 현미밥으로 바꾸거나 식사에 채소 한 가지를 더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어요. 단, 식이섬유를 갑자기 너무 많이 늘리면 가스와 복부 팽만감이 생길 수 있으니 서서히 늘려가는 게 좋습니다.

습관 넷, 수면이 불규칙하고 부족하다

수면이 장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게 의외로 느껴질 수 있는데, 장내 미생물도 일주기 리듬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 몸의 생체시계와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서로 맞물려 돌아갑니다. 수면이 불규칙하거나 부족하면 이 리듬이 깨지면서 장내 미생물 구성이 바뀌고, 유해균이 증가하는 경향이 생겨요.

2019년 장(Gut) 저널에 실린 연구에서 수면 장애가 있는 그룹은 건강한 수면을 취한 그룹에 비해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유의미하게 낮았습니다. 또 수면이 부족하면 식욕 조절 호르몬인 그렐린이 증가해 고지방, 고당분 음식을 더 찾게 되는데, 이런 식습관 변화가 장내 환경을 추가로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생겨요.

습관 다섯, 물을 너무 적게 마신다

수분 부족이 변비의 원인이라는 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장내 미생물 환경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덜 알려져 있어요. 장 점막은 충분한 수분이 있어야 제 기능을 유지합니다. 수분이 부족하면 점막층이 얇아지고, 장 내용물이 느리게 이동하면서 유해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요.

하루 수분 권장량은 성인 기준 약 2리터인데, 이건 음료뿐 아니라 음식에서 얻는 수분까지 포함한 수치입니다. 순수하게 물로만 채워야 하는 양은 1.5리터 안팎이 현실적인 목표예요. 커피나 술은 이뇨 작용이 있어서 오히려 수분을 빼앗아가기 때문에 물 섭취로 계산하면 안 됩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부분이 가장 고치기 힘들었어요. 바쁘게 일하다 보면 물 마시는 걸 진짜 잊어버리거든요. 책상에 큰 텀블러 하나 두고 눈에 보이면 마시는 방식으로 겨우 습관을 만들었는데, 그것만으로도 속 더부룩함이 꽤 줄었습니다.

습관 여섯, 먹고 바로 눕는다

식후에 바로 눕는 습관은 역류성 식도염의 원인으로만 알려져 있는데, 장 건강에도 좋지 않아요. 음식이 위에서 소장으로 이동하는 시간, 그리고 소장에서 대장으로 이동하는 시간은 중력의 도움을 받습니다. 식후에 바로 누우면 이 이동이 느려지고, 소화되지 않은 음식이 장 안에 오래 머물면서 유해균의 먹이가 될 수 있어요.

식후 최소 30분, 가능하면 1시간은 앉아 있거나 가볍게 움직이는 게 좋습니다. 앞서 혈당 얘기할 때도 나왔지만 식후 10~15분 가벼운 산책은 혈당 조절뿐 아니라 장 운동 촉진에도 효과적이에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입니다.

이 여섯 가지 중에서 본인에게 해당되는 게 몇 가지나 있으신가요. 저는 처음에 세어봤더니 다섯 개였어요. 알면서도 하고 있던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몰랐던 건 항생제 이야기 정도였습니다. 장 건강은 한 번에 확 바꾸기보다 한 가지씩 천천히 고쳐나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오늘 당장 여섯 개를 다 바꾸려다 스트레스받으면, 그것 자체가 또 장을 망치는 습관이 되니까요.

프로바이오틱스 먹으면 장 건강에 도움이 되나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 효과는 균주 종류, 복용량, 개인의 장내 환경에 따라 달라요. 락토바실러스, 비피도박테리움 계열이 연구가 가장 많이 된 균주입니다. 보충제보다 김치, 된장, 요거트 같은 발효식품으로 섭취하는 게 다양한 균종을 함께 얻을 수 있어서 더 유리한 경우가 많아요. 항생제 복용 중이거나 직후라면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이 더 의미 있습니다.

장 건강이 나빠지면 피부에도 영향을 주나요?

장과 피부는 장피부 축(Gut-Skin Axis)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이 최근 피부과학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전신 염증을 유발하고, 이 염증이 여드름, 아토피, 건선 같은 피부 질환 악화와 연관된다는 연구들이 2020년 이후 꾸준히 나오고 있어요. 피부 트러블이 반복되는데 피부과 치료만으로 잘 해결이 안 된다면 장 건강을 함께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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