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D 결핍이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다
2년 전 직장 건강검진에서 비타민D 수치가 9ng/mL로 나왔어요. 정상 범위가 30ng/mL 이상이니까 심각한 결핍 수준이었던 거죠. 근데 솔직히 그때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비타민D가 뭐 대단한 거라고, 햇빛 좀 더 쬐면 되겠지 싶었거든요. 그냥 넘겼다가 6개월 후에 같은 수치로 다시 나왔을 때서야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왜 진작 신경 쓰지 않았나 싶었어요.
비타민D는 이름이 비타민이지만 실제로는 호르몬에 가깝습니다. 우리 몸의 거의 모든 세포에 비타민D 수용체가 있어요. 뼈 건강에만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면역 기능, 심혈관 건강, 정신 건강, 암 예방까지 연구가 쌓이고 있는 영역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리고 한국인은 이 비타민D가 만성적으로 부족한 편이에요. 2023년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성인의 약 70%가 비타민D 부족 또는 결핍 상태입니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몸에 어떤 일이 생기나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피로감과 근육통이에요. 비타민D 수용체가 근육 세포에도 있어서, 결핍되면 근육 기능이 저하되고 이유 없는 무기력함이 지속됩니다. 많은 분들이 이걸 단순한 피로로 넘기는데, 만성 피로가 계속된다면 비타민D 수치를 한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요.
뼈 건강 문제도 빠질 수 없죠. 비타민D는 칼슘 흡수를 돕는 역할을 합니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칼슘을 아무리 먹어도 제대로 흡수되지 않아요. 어린이에게는 구루병, 성인에게는 골연화증과 골다공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폐경 후 여성과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비타민D 결핍이 낙상과 골절 위험을 크게 높이는 요인이 돼요.
면역력과의 관계도 중요합니다. 비타민D는 선천 면역과 적응 면역 모두에 관여해요. 비타민D가 충분한 사람이 감기나 독감에 덜 걸린다는 연구가 여러 차례 나왔고, 2017년 영국의학저널(BMJ)에 실린 25개 임상시험 메타분석에서 비타민D 보충이 급성 호흡기 감염 위험을 약 12% 낮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겨울만 되면 유독 감기를 달고 사는 분들이 있는데, 겨울에 일조량이 줄면서 비타민D 수치가 떨어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요.
정신 건강과의 연관성, 생각보다 깊다
비타민D 결핍과 우울증의 연관성은 연구가 꽤 많이 쌓인 분야입니다. 뇌에도 비타민D 수용체가 존재하고, 비타민D가 세로토닌 합성에 관여하기 때문이에요. 일조량이 줄어드는 가을, 겨울에 우울감이 심해지는 계절성 정동장애(SAD)가 비타민D 수치 저하와 연관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2013년 영양소(Nutrients) 저널에 실린 메타분석에서 비타민D 결핍 그룹이 정상 그룹에 비해 우울증 위험이 약 1.31배 높았어요. 인과관계가 완전히 증명된 건 아니지만, 비타민D 보충 후 기분과 에너지 수준이 개선됐다는 보고는 임상에서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저도 비타민D 보충을 시작하고 나서 확실히 달라진 게 있다면 겨울 오전의 무기력함이 줄었다는 거예요. 플라세보인지 진짜 효과인지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수치가 정상으로 올라온 이후로 계절이 바뀌어도 컨디션 차이가 예전만큼 크지 않더라고요.
솔직히 말하면, 햇빛만으로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비타민D는 햇빛을 받으면 피부에서 합성됩니다.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인데, 현실은 좀 달라요. 피부에서 비타민D가 합성되려면 자외선B(UVB)가 필요한데, 한국의 경우 10월부터 3월까지는 태양 고도가 낮아서 UVB가 충분히 도달하지 않습니다. 여름이라도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거나 실내에서 유리를 통해 햇빛을 받으면 거의 합성이 안 돼요.
또 나이가 들수록 피부에서 비타민D를 합성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70대는 20대에 비해 비타민D 합성 능력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연구도 있어요. 피부가 검을수록 멜라닌이 UVB를 차단해서 합성량이 적고, 비만인 경우 지방 조직이 비타민D를 흡수해버려서 혈중 농도가 낮아지는 경향도 있습니다.
식품으로 채우기도 쉽지 않아요. 비타민D가 풍부한 식품이 연어, 고등어, 참치, 달걀노른자, 표고버섯 정도인데, 이것만으로 하루 권장량을 채우려면 연어를 매일 150g 이상 먹어야 해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이죠.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보충제 복용을 권고하는 겁니다.
비타민D 보충제, 얼마나 어떻게 먹어야 할까
비타민D 보충제는 D2와 D3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D3가 체내 흡수율이 높고 혈중 농도를 더 효과적으로 올린다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보충제 고를 때 D3 형태인지 확인하는 게 좋아요.
용량은 현재 수치에 따라 달라져요. 한국영양학회 기준 성인 하루 권장량은 600IU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결핍 예방 목적으로 1,000~2,000IU를 권장합니다. 이미 결핍 상태라면 단기간 고용량으로 수치를 올린 뒤 유지 용량으로 줄이는 방식을 쓰기도 해요. 다만 비타민D는 지용성 비타민이라 과잉 섭취 시 독성이 생길 수 있어서, 하루 4,000IU를 상한선으로 보는 게 일반적입니다. 정확한 용량은 혈액검사 수치를 확인하고 결정하는 게 가장 안전해요.
비타민D는 지용성이라 지방과 함께 먹어야 흡수율이 올라갑니다. 공복에 먹는 것보다 식사와 함께, 특히 지방이 포함된 식사 후에 먹는 게 좋아요. 또 마그네슘이 비타민D 대사에 필요하기 때문에, 마그네슘이 부족한 상태에서 비타민D만 보충하면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비타민D 결핍은 증상이 모호해서 본인이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만성 피로, 반복되는 감기, 이유 없는 우울감, 근육통이 계속된다면 혈액검사 한 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건강검진 때 따로 요청하면 비용도 크지 않아요. 알고 나서 관리하는 것과 모르고 방치하는 것의 차이가, 비타민D만큼 명확한 영양소도 드물지 않나 싶습니다.
비타민D 수치는 얼마 이상이어야 정상인가요?
혈중 25-하이드록시비타민D 기준으로 20ng/mL 미만은 결핍, 20~29ng/mL는 부족, 30ng/mL 이상을 정상으로 분류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면역과 뼈 건강 최적화를 위해 40~60ng/mL를 이상적인 범위로 보기도 해요. 100ng/mL를 넘으면 과잉 수준으로 독성 위험이 생기기 때문에, 고용량 보충 중에는 주기적으로 수치를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비타민D와 칼슘을 같이 먹어야 하나요?
비타민D가 칼슘 흡수를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뼈 건강 목적이라면 함께 섭취하는 게 효과적입니다. 다만 칼슘을 보충제로 과다 섭취하면 신장결석이나 심혈관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도 있어요. 칼슘은 가능하면 식품으로 채우고, 비타민D는 보충제로 보완하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안전한 접근입니다. 골다공증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전문의 상담 후 용량을 결정하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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